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실습

분류되지 않음인턴쉽-실무연수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실습

기관명: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실습부서 : 어린이병원 진료부 정신건강의학과 / 이아영 선생님, 김지은 교수님
실습기간: 2019년 9월 1일 ~ 2020년 2월 28일
본인 소개: 안녕하세요, 전문적인 아동 청소년 미술치료사를 목표로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미술치료학과 17학번 전정연입니다. 어린이병원에서 6개월간 발달장애 유아동 및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집단 프로그램에서 보조치료사로 실습하였습니다. 솔직하게 저의 경험에 대해 기술하였지만, 너무 글이 길어져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통해 좋은 간접적 경험을 얻어가실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Q1. 위의 임상 기관 대상이 특별히 미술치료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는 다양한 연령의 아동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게 된 사례는 전반적인 발달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지적 장애 아동이었습니다. 각 대상마다 치료의 목표가 달랐지만, 공통된 부분은 발달촉진이었습니다. 발달 과업에 있어서 어린 시절의 지연과 손상은 어떠한 한 부분이라 하여도 긴밀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추후 아이가 사회에 참여함에 있어서 많은 제약을 따르게 합니다. 따라서 이런 발달 지연의 상황에서는 조기발견과 조기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도 미술치료 뿐 아니라 음악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를 함께 실시하여 통합적으로 발달촉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미술치료의 역할과 정체성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미술 매체, 즉 종류와 사용 방법이 무궁무진한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대상의 선호와 연령, 발달 과업에 맞춘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둘째 여타의 치료방법보다 친숙하며, 즐거운 미술 활동으로 인식하게 해 대상의 빠른 안정을 도모하고 나아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그림이라는 비언어적 메시지를 통해 언어 표현이 미숙한 대상에게서도 다양한 정보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치료적 촉진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추가적으로 작품 사진을 통해 대상의 변화 과정을 가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내담자의 보호자와 이러한 과정을 직접적으로 확인시켜주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미술치료가 가지는 차별화된 장점이며 치료적 역할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Q2. 위의 기관 미술치료 목표는 무엇인가요?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어떤 프로그램 집단이든 항상 기관 선생님들께서 강조하셨던 목표는 아동의 정서 안정이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듯이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는 미술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치료를 함께 병행합니다. 미술치료실에 오기 전 다른 치료를 병행한 아이들은 이미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동이 미술치료에서만큼은 더욱 지지받고 보다 자유롭고 즐겁게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아동이 충분히 안정되었을 때가 비로소 치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있어 정서 안정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서 안정이라는 일차적인 목표를 가정한 뒤 아동의 행동적, 인지적, 언어적 특성 등에 따라 우선적으로 촉진 시켜줄 발달 과업을 목표로 설정합니다. 보통 집단 프로그램으로 많이 진행되기 때문에 (사회성 발달) 이나 ( 발달 촉진 ) 등의 큰 목표 틀 안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저는 큰 목표 안에서도 보조치료사가 아동의 성격 특성과 발달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목표를 잡고 개입하여 아동이 집단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고, 큰 목표가 더 극대화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사회성 발달 집단에서 맡게 된 아동이 언어적으로 지연되어있다고 판단하여 언어 표현능력 향상을 세부 목표로 잡았습니다. 아동이 수용언어뿐 아니라 표현언어도 확장할 수 있게끔 직접 모델링을 해주는 것, 작품에 대한 언어적인 즉각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등을 개입 전략으로 설정하여 프로그램에 임하였습니다.

 

Q3. 현재 위의 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면서 소감은 어떠한가요?

저는 어린이병원 실습을 통해 ‘ 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정도 공부했으면 배울 거 다 배웠지 라는 겸손하지 못했던 제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잘 숙지 되었다고 생각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머리가 새하얘지며 당장 내가 좀 전에 했던 말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일지를 써야 하는데 제게 기억나는 거라곤 실수했다고 생각한 것들뿐이었습니다. 제가 맡았던 아동이 치료적으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곤 할 때면, 몇 주간 죄책감을 느끼며 혼자 울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 기관에 대해 묻거든, 너무 힘드니 추천하지 않겠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제가 이런 존재론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퍼바이저 교수님의 조언, 동료 선생님들의 격려, 그리고 스스로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겠다 생각한 마음가짐 덕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영향을 준 요소는, 스스로 치료 현장에서 느끼는 책임감,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이들이 안정되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이라는 믿음,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행복함이었습니다. 제가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이유는, 제가 그만큼 열정적이고,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이 경험을 발판삼아 저는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하려 준비합니다. 어린이병원에서 실습할 수 있었던 시간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4. 지원하는 치료사가 준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사의 긍정적인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사의 부정적 태도와 불확실함은,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이됩니다. 회기를 거듭하는 동안 자신의 치료적 개입과 스타일에 대해 고민해보고 점검하는 과정은, 미술치료적 소양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치료 현장에서 ‘내가 잘못해서 부정적 영향이 가면 어떡하지?’ ‘이거 잠깐 한다고 효과가 있을까?’ 하는 반문과 의심은 자신을 망설이게 하고, 아이들에게 소극적으로 접근하게 되어, 결국 아이들조차 소심한 참여자로 바뀌어버립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치료사 자신이 긍정적인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임해야 그 결과도 우리가 믿는 만큼 효과적일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자신감을 뒷받침해줄 전문적 소양을 기르는 것에 관한 노력도 따라와야한다 생각합니다.

저는 어린이병원 실습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또 실습을 나가는 중에도 장애아동 미술치료 서적과 논문을 읽으며 다양한 치료적 개입을 공부하고 참고하였습니다. 실제 치료 현장에서는 내 계획대로 치료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고,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개입 전략에 대한 폭 넓은 시야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훑어보며 개입 전략을 공부해본다면, 실제 현장에서도 융통성 있고, 적절한 미술치료적 시도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매체 연구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린이병원은 매체가 정말 많이 준비되어있을뿐더러, 외부 봉사자 선생님들께서 교구 및 매체를 제작하는 과정을 도와주실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그려왔던 다양한 매체적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한 매체가 다음 회기에 계획되어 있을 때, 자신이 매체의 특성과 활용방법에 대해 폭 넓은 지식이 있다면 수많은 매체 자원들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틈틈이 매체에 대한 공부를 하며 주변 동료들과 나누어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5. 임상지를 선택할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글 남겨주세요.

당연한 말이지만 꼭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모든 것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마친 후배님들이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3~5세 유아의 발달촉진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였습니다. 혹자는 영유아 프로그램 또한 잘 세팅된 테이블과 치료실에 앉아, 잘 짜여진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준비해온 매체를 모두 거부하여 아예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고, 치료실을 벗어나려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회기 내내 울다가는 아이들도 있고, 잠깐 뒤돈 사이 아이가 입에 무언갈 넣고 씹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에너지가 높은 아동을 만나게 되면 치료사도 같이 뛰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한 번 경험해 보는거지’, ‘그냥 애기들이랑 놀아주면 되는거 아닐까?’ 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면 저는 이 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지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이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매 순간 돌발상황의 연속일 것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치료사가 먼저 소진 되어버릴거에요. 저도 잠깐 그랬지만, 훌륭한 슈퍼바이저 교수님과 동기, 동료 선생님들과의 나눔을 통해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걱정에 휩싸이면서 불안해지고, 조급해집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치료사의 굳은 믿음과 목표로 정진해간다면 이 경험들은 아주 훌륭한 여러분의 밑거름이 되어있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러하였고, 이 경험들을 정말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